지나가던 시

그렇게 원없이 사랑

레슨이 끝나고 코치의 말에 치여 우는 너를 달래주다 어느덧 새벽녘 거리엔 아무도 없이 신호등만 깜빡인다 작은 스포츠백 하나 무릎으로 툭툭차며 머릿속마냥 뒤엉킨 이어폰을 꽂은채 신호등 앞에 선다 오늘 배운 스텝을 내딪어보며 하루를 되짚어본다 그 시간의 공기 너의 눈물 냄새 파고드는 가치없는 노래를 나는 사랑했다 난 신호등위에서 못내 아쉬웠던 춤을 춰본다 관객...

빈틈없이 달리다 겨우 내쉬는

북적북적한 땅바닥보다는 저 아득한 천장이 좋아보였다 그렇게 내내 위를 바라보며 나는 저 너머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게 속삭였다 이렇게 찬란하고 비참한 순간에 죽게해주세요 이 이상 떨어질 수 없게 덧없이 빛바랜 나를 데려가주세요 더 빛나기엔 내가 너무 모자르고 벅차요 숨이 턱까지 차올라 눈 앞이 까매져도 숨 하나 비집고 들어갈 틈 없는 이 공간에서 날 벗어나...

사람들은 참 웃겨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면서는 울지 않지만 자기 머리카락이 실수로 잘려나가면 울지 그래놓고 나보고는 이기적이라니 나의 소중한 것이 너에게는 이해가 없더라도 건들지마 입에 담지마 그건 내 세상이야 내 것에 무게를 달기엔 너도 한없이 가벼운 사람인것을 그래 맞아 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세상이 무너지고 있고 절망하고 불행하고 떨어지고...

세상은 나를 부정한다 세상 모두가 날 이해할리는 없다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나를 세상 전체가 받아들일 수 있을거란 착각은 이미 9살에 접었다 애시당초 인간은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 도피. 근데 그곳에 있으면 내 모든것을 손가락질 당하는 기분이다 내 머리카락 한올 내 피 한방울 내 세포 하나하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도축. 애쓰고 싶지 않다 설명하고 싶지 않다 ...

새벽이 차다 어둠은 버릇이 없다 사람은 죽어가고 사랑은 거짓이없다 영원하자 영원이란 단어만큼 무색한 단어가 또 있을까 색이없는 것은 그저 시체로 나뒹굴 뿐 세상은 가혹하고 온기를 머금은 나는 이 시간을 견디고싶어라

요즘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낭만적이게 죽고 싶어요 자유롭게 죽고 싶어요 올바르게 죽고 싶어요 언제부터 일까 언제부터 끝맺음이 죽음인 삶을 살았던 걸까 살아가기 위한 핑계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아서 겨우 겨우 쉰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는 어느 철학자의 질문도 이미 답을 내려버려서 답을 짊어진 채 여명한다 꿈, 사랑, 희망 같은 빛나는 것들을 한 때 쥐려...